가장 좋아하는 건축가. 건축물이라기 보다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1989년 프리츠커상(건축계의 노벨상) 수상자 프랭크 게리(Frank Gehry).

나는 사춘기 시절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자극의 시작은 프랭크 게리의 주요 건축작품을 보고나서였다. 정통성을 파괴하는 기괴함과 부조화 속의 아름다움은 충격적으로 좋게 다가왔고, 더불어 프랭크 게리는 내가 건축물을 그림, 조각과 동일선상에 놓고 '작품'으로 대하도록 만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꽤 젊은 건축가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대표작들이 거의 대부분 60세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었다. (1929년 생)

건축 잡지도 가끔 사서보게되고, 여행을 다니면서도 그 지역의 대표 건축물들을 보러가는 것에 '집착' 하게 되고, 프리츠커상 수상한 건축가들도 하나 둘 알게 되는 등 여전히 건축물과 건축가에 동경과 관심이 있다.

블로그에도 공유하고 싶어서,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프랭크 게리를 소개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건축물과 말, 그 곳에 가서 함께한 내 추억을 정리해 보았다. (이론, 학문적 등장 배경이나 비평은 위키피디아에 다 있으니 궁금하시면)

 

Guggenheim Museum (Bilbao, 1997)

프랭크 게리의 대표작. '60억분의 1의 창의력'이다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상상 이상의 설계. 구겐하임 미술관 이후에 본격적으로 큰 프로젝트들을 맡게되고 '프랭크 게리'의 브랜드가 명확해졌다. 본인도 빌바오에 가는 것을 즐기며(가족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라고) 모든 작품 중 가장 사랑한다고 말한다.

결국 나의 작품은 나의 작품이다. 그것은 비평가의 작품이 아니다. 내가 만약 비평가의 생각이나 건축에 관한 규칙에 맞추기 위해서 내 작품을 고쳤다면, 빌바오 미술관은 건축되지 못했을 것이다.

(Image Sources: Wikipedia)

위 두 장의 사진들에는 없고 제일 아래에는 있는 루이스 브루주아의 '마망(거미)' 작품이 빌바오 미술관 앞에 있는 것도 반갑다. 찾아보니 리움 미술관을 비롯 전 세계 10 여 곳에 있구나.

 

 

Walt Disney Concert Hall (LA, 2003)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 중 대중들에게 가장 유명한 작품. '돛'의 형상에 영감을 얻어 설계 했다. LA의 랜드마크. 번쩍번쩍 티타늄 외관의 화려함과 웅장함이 주변 분위기를 압도한다.

(Image Sources: Gehry Technologies, Digital Project Report)

대학원 시절에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관련 사례를 찾다가 Digital Project를 통해 구현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의 이미지들, 복잡도 높은 유선형 구조의 표현에 놀랐었다.

 

The Simpsons에 출연(!)한 프랭크 게리의 모습. 약간 우스꽝스럽게 그렸지만, 그의 천재성은 부각시킴. Respect!

 


Jay Pritzker Pavilion on Millenium Park (Chicago, 2004)

시카고의 심장 밀레니엄 파크. 빌딩 숲 사이에 바다 같은 호수를 낀 아름다운 공원. 명성에 걸맞은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많은데 그 중심에 프랭크 게리의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이 있다.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 무대의 모습도 좋지만, 잔디 위를 감싸고 있는 구조물들 때문에 무대와 관객이 이어지는 기분에 하늘과 공연장이 단절된 듯 개방되어있는 탁 트인 시선 덕분에 밀레니엄 파크가 더 빛이 난다고 생각했다.

(Image Sources: Wikepedia)

시카고를 세 번 갔는데, 갈 때마다 밀레니엄 파크에 꼭 가고 오후에는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에서 공연도 보곤했다. (아래는 직접 찍은 사진들)

누가봐도 프랭크 게리의 작품인걸 알 수 있다. 빛나는 티타늄.

생선 가시 혹은 그물처럼 공연장과 뒤 잔디밭은 하나로 묶었다. 그 위에는 스피커들이 달려있어서 넓은 공간 전체에 사운드가 풍성하다.

시카고 시민들이 너무 부러웠다. 가족끼리 돗자리에 의자까지 가져와서 도란도란 공연을 즐기는 여유.

 

 

MIT STATA Center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물. 딱딱하기만 할 것 같은 MIT의 인상을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한 이미지로 바꾸는데 일조했다. MIT의 Color Identity가 철, 진한 회색, 어두운 빨간색인데 철과 진한 회색에 맞춰서 학교 전반의 색감을 잃지않되 노란색과 같이 원색 건물에 섞어서 경쾌하다. (MIT의 상징건물이 돔 형태의 빌딩 10에서 STATA Center로 바뀌었다.)

방문 했을 때가 한 여름이었는데, 번쩍번쩍 하던 외관과 앞의 잔디밭의 인상이 진하게 남는다. (아래는 직접 찍은 사진들)

한 여름 한 낮에 한 학생이 저렇게 널부러져 있었다. 죽은건가 걱정했는데 잘 들어보니 F욕을 중얼거리던... MIT guy...

 


Frank Gehry의 말

나는 느린 건축가이다. 나는 만들어내는 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의 건축 아이디어가 느닷없이 튀어나왔다는 생각은 진실과는 아주 거리가 먼 생각이다.

 

나는 건축가이다. 나는 많은 예술가들과 어울렸고 또 그중 여럿과 아주 친하다. 나는 그들의 작품에 깊이 관여한다. 나는 나의 많은 아이디어가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관계에는 주고받음이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예술가로 불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 프랭크는 예술가야." 나는 그 말에 다소 나를 나무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느낀다. 나는 내가 건축가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의도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들과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마지막까지 당신의 일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일하고 싶은 방식으로 일하도록 허용되어야 하고 그에 적합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사실 당신이 하는 일의 종류를 제한한다. 내가 거대한 청사나 고층 빌딩, 비행장, 그리고 유사한 프로젝트를 별로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나는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평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물을 바라보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 나는 부드러운 부분, 아름다운 부분을 찾지 않는다. 그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대문에 끌리지 않는 것이다. 나는 사람과 정치에 관해서 사회주의적, 또는 자유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 나는 굶주리는 아이들, 내가 어려서 덕을 본 자선행위들을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본다. 나는 그 일에 매진한다. 그 외의 다른 것은 모른다.

 

 

 

Fine. x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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